노동자의 존엄을 위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투쟁,
평등과 연대로 지키겠습니다.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스스로 용접한 한 평짜리 감옥에 가두고, 배 바닥 위의 고공에 몸을 높인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외침이 울립니다. 그래서 우리는 화답합니다. “당신들의 투쟁은 곧 모두의 존엄을 지키는 싸움입니다.", "평등과 연대로 지키고 싶습니다"
우리 사회는 늘 위기의 책임을 더 어려운 노동자들에게 떠넘깁니다. 조선업 위기의 시기에 임금을 30%나 삭감해놓고도 하청노동자의 임금을 아직도 회복시키지 않는 대우조선해양을 규탄합니다. 코로나19 대확산 시기에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노인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은 큰 고통을 겪었습니다. 일터에서의 집단감염, 그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불안정한 노동조건에서 일하는 이들이었습니다. 위기는 모두에게 평등하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불평등한 구조에서 전가된 고통을 감내하는 이들에게 이 사회는 계속 희생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우리를 끊임없이 불평등한 존재로 골라내는 자본을. 이를 방조하고 조장하는 정부를. 그래서 ‘더 이상 일방적으로 희생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존엄과 평등을 지키는 투쟁을 지지합니다.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점거 농성을 하는 하청노동자들에게 대우조선해양 관리직으로 구성된 구사대가 폭력을 행사합니다. 협력업체들은 이 파업이 ‘불법’이라면서 공권력 투입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장애인들이 이동할 권리를 요구하며 지하철을 타는 운동을 하는 순간 쏟아지는 모욕과 ‘불법’이라는 꼬리표를 달며 탄압하듯이, 자본과 정부는 노동권을 되찾으려는 노동자들에게 폭력과 업무방해죄로 파업권마저 빼앗습니다. 불법과 합법의 경계는 돈과 권력의 경계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확인하고 있습니다.
임금이 회복되지 않으니 떠났던 노동자들이 돌아오지 못하고, 나아지지 않은 노동조건 속에서 일하던 노동자들도 대우조선에서 등을 떠밀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산업통상자원부는 조선소에 일할 사람이 부족하니 주52시간의 예외로 하고, 이주노동자를 채용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말합니다. 열악한 노동조건을 그대로 둔 채, 목소리를 내거나 저항하기 어려운 또 다른 노동자들을 그 일터로 내몰겠다는 정부의 행태를 규탄합니다.
모든 노동자는 평등하게, 정당하게 대우받아야 합니다. 끊임없이 노동자를 갈라치고, 그중 누군가에게 위험과 고통을 떠넘기려는 모든 시도를 우리는 반대합니다. 그래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자 싸우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을 지지합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에게, 대우조선해양 공정의 80%를 책임지면서도 늘 당연하다는 듯 차별받아온 현실은 어떤 시간이었을까요? 하청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집단적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책임이 있는 대주주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은 협력업체 뒤에 숨어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합니다. 차별에 저항하며 싸워온 소수자들에겐 익숙한 희극입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에 대해서도 차별의 이익을 챙기는 이들과 책임져야 할 이들은 사회적 합의 운운하며 숨고 핑계를 대왔습니다. 우리는 요구합니다. 책임자인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은 더 이상 회피 말고 교섭에 임하십시오.
존엄을 지키는, 인간다운 삶을 위해 싸우는 이들의 투쟁은 ‘불법’이라는 이름의 탄압과 폭력에 맞서야만 했습니다.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의 지금 상황이 그렇습니다. 자유롭고 평등한, 존엄한 존재로서 차별에 맞서고 불평등의 구조를 바꾸는 싸움을 멈출 수 없는 우리 모두는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을 지지합니다.
다시 한번 요구합니다. 대우조선해양과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지금 당장 하청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 말고, 폭력을 멈추고 책임 있는 교섭과 요구를 수용해야 합니다.
인권의 역사는 인간다운 삶을 위해 싸우는 이들이 써왔듯이, 우리의 연대는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이 승리하는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2022년 6월 30일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투쟁을 지지하는 인권·법률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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