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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활동 소식

[기자회견] 우리는 성평등,성교육 도서와 작별하지 않는다. 경기도교육청은 성평등,성교육 도서 검열중단하고 재발방지대책 마련하라!

최근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유해 도서로 분류하여 폐기한 경기도교육청의 도서 검열문제가 이슈화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청소년 유해도서 분리제거’를 요청하는 보수단체의 민원이 제기된 이후 경기도 교육청은  11월 “부적절한 논란 내용이 포함된 도서에 대해 협의해 조치하라”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일선 학교로 두 차례 발송하고, 2024년 3월에도 ‘(폐기)처리된 도서 집계 목록’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경기도교육청의 지속적인 공문으로  일선 학교에서는 책들을 폐기할 수 밖에 없었고  그 결과 경기도 학교도서관에서 성평등·성교육·페미니즘 도서 2,528권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2,528권에는 최근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채식주의자 및 문학, 철학, 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한 서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사건이 문제가 되자 경기도교육청은 학교 자율적인 선택이었다고 변명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경기도교육청이 보낸 공문에는 보수단체의 주장이 담긴 기사와 유해도서 목록등이 참고자료로 첨부되어 있었습니다. 학교 스스로 행한 일이라 주장하지만 교육청의 공문은 이미 암묵적인 지시 입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책을 읽고, 지식을 탐구하고 배움을 누릴 권리를 보장해야 할 교육청이 앞장서서 보수단체의 입장에 동조하고 검열의 기준을 제시한 것입니다. 일부 보수단체의 민원이 학교 도서관의 지식방향을 결정하고 공공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청 정책을 좌지우지 하는 이  과정에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경기도교육청 성평등·성교육 대량 폐기 사건을 규탄 하고, 검열 중단 및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10월 17일 오전 9시 30분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진행했습니다. 이후에도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후속 대응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기자회견문>

오늘 우리는 올해 5월 경기도 내 초중고 각급 학교에서 성평등·성교육 도서 2,528권이 폐기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경기도교육청에 책임을 다시 한 번 묻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지난 10월 11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알려지고 대표작 『채식주의자』또한 검열 및 폐기 도서에 포함되었다는 사실이 다시금 주목받자,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경기도교육청의 도서 검열 문제를 제기했다. 언론의 취재와 재보도가 이어졌고, 정치권도 문제를 지목하고 나섰다. 하지만 검열의 주체이자 현 사태의 책임자인 경기도교육청만이 낯뜨거울 정도로 뻔뻔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도서 폐기는 각급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이루어졌으며, 경기도교육청은 ‘지시’를 한 바가 없고, 경기도교육청을 비판하거나 책임을 묻는 것은 사실 ‘왜곡’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지극히 상식적인 차원에서 다시 문제를 제기할 수 밖에 없다. 

첫째, 각급 학교의 운영을 관할하는 상급기관인 경기도교육청의 반복된 도서 처리 공문이 어떻게 검열이 아닐 수 있단 말인가. 경기도교육청이 자신들의 행위를 도서 검열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경기도교육청이 직접 특정 도서를 ‘유해 도서’로 지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성평등·성교육 도서에 대한 검열을 요구하는 극우 보수개신교 성향의 단체의 민원임을 알면서 이를 각 학교로 전달하며 처리를 요구한 행위가 바로 이 사회가 합의한 ‘검열’ 행위다. 더구나 각 학교가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를 통해 알아서 책을 걸러내라고 압박했다는 점에서,  각 학교의 교사 및 사서 노동자 또한 스스로를 검열할 수 밖에 없도록 내몰았다는 점에서 더욱 악질적인 검열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성평등·성교육 도서에 대한 민원을 각급 학교에 그저 ‘전달’만 했다는 주장 또한 심각한 사실 왜곡이다. 2023년~2024년 경기도교육청은 각 학교에서 비치된 도서 중 “선정성, 동성애 조장”하는 도서를 교육목적에 적합하도록 조치하라고 명확히 적시하고 지시했다.  또한 성평등·성교육 도서를 ‘유해 도서’로 문제삼은 보수 언론의 기사들만을 추려 전달했고, 각 학교에서 도서를 처리한 결과까지 보고하도록 하면서 처리 방식 또한 ‘폐기’와 ‘열람제한’ 단 두 가지로 제시했을 뿐이다.  이 모든 과정은 성평등·성교육 도서가 ‘교육적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경기도교육청의 차별적인 판단을 담아 각급 학교로 지시하는 과정이었다. 민원을 핑계삼아 혐오와 차별을 지시한 경기도교육청이 그저 전달만 했다는 해명은 납득될 수 없는 구차한 변명이다.

셋째, 경기도교육청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하루만에 도서 검열 사태의 책임을 외면하면서도 “초중고 각급학교가 교육적 목적에 따라 다양한 의견을 통해 도서관리를 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약속을 내건 것은 기만이다.  우리는 경기도교육청이 말하는 ‘교육’이 도대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학교가 다양한 학생들의 삶의 조건을 이해하고 성평등·성교육을 공교육 체계 내에서 내실 있게 운영·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너무나 오랜 요구다. 학교는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학교도서관을 포함한 다층적인 경로를 통해 성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나누는 것부터 다양한 섹슈얼리티를 이해하고 차별과 혐오가 아니라 존중과 평등에 기반한 관계맺기를 배울 수 있는 핵심적인 공간이 아닌가.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존중받는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민주적 공간으로서 학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고, 성평등·성교육 도서를 검열함으로써 성에 대한 편견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혐오를 조장하는 일에서 그 교육의 의미를 찾을 수는 없다. 경기도교육청이 스스로 교육의 공공성과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한다면 교육청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경기도교육청은 지금이라도 당장 성평등·성교육 도서 검열에 대해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경기도교육청은 민원을 핑계삼는 차별적인 행정을 중단하라.

하나, 경기도교육청은 성평등·성교육 도서  검열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즉각 사과하라. 

하나, 경기도교육청은 성평등·성교육 도서 검열 사태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하나, 경기도교육청은  성평등·성교육 도서가 폐기된 학교들이 도서를 확충할 수 있도록 예산을 포함한 지원방안을 마련하라.

하나, 경기도교육청의 차별적이고 무책임한 태도를 감시·감독할 의무가 있는 경기도의회와 경기도의 책임있는 역할을 촉구한다. 

하나, 경기도교육감과 학교장에 휘둘리지 않고 성평등한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를 운영할 수 있도록 독립성 강화 제도 제대로 마련하라.

 2,528권의성평등·성교육 도서 폐기 사태는 학생의 교육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고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뿐만 아니라, 양서를 비치하고 교육을 해 나갈 사서·교사의 노동권, 성평등 교육을 추진해나갈 각급 학교/도서관 운영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심각한 사건이다. 학교와 사회 전체의 평등과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사태가 두 번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2024년 10월 17일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전교조 경기지부, 차별금지법제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