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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허밍버드 클럽

허밍버드 클럽으로부터 편지가 도착했어요! 💌

이 편지는요, 허밍버드 클럽을 소개하고자 쓰는 편지예요.
하지만 이 편지는 동시에 러브 레터라면 러브 레터이자,
초대장이라면 초대장이기도 한 이 편지의 첫 마디, 저는 당신의 안부를 물을게요.

잘 지내고 있나요?
‘잘 지내?’ 라는 물음이 혹시 너무 잔인하게 들리지는 않을지, 그전에 누군가 내게 잘 지내냐는 물음을 건네오면 말을 하는 입이던 타자를 두드리는 손이던 머뭇거리게 되는 건 언제부터였을까요.
언제부터였는지 잘 기억나진 않지만 이 질문이 어떤 마음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인지 우린 이미 잘 알고 있어요. 이 질문을 건네는 건 상대가 궁금하다는 것이고 무언가를 궁금한 것만큼이나 애정 어린 일이 없을 것이란 걸요.
잘 지낸다면 함께 기쁠 것이고,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힘을 주고 싶을테니까요.

그런 마음에서 이번엔 이런 물음을 건네요.
지난 12월을 어떻게 보냈나요?
그 어느때보다 우리가 정말 안녕한지 묻고싶고 또 어디서부터 어떻게 어떤 말을 이어가야할지 참으로 어려운 12월이 아니었는지요.

작년 12월 3일 늦은 밤, 계엄령 선포를 멍하니 티비로 보며 믿을 수 없었고 이내 공포스러웠고, 분노했고, 참담함을 느꼈어요.
그무엇보다도 가장 크게 느낀 건 지키려고 부단히 애를 쓰고 기를 쓰지만 납득되지 않는 이유로 아무렇지 않게 흔들리고 마는 내 일상에 대한 허무함과 무력감이었어요.
아마 그때 우리는 모두 비슷한 것을 느끼고 있었을 테죠.

그주 주말 저는 정말 오랜만에 다시 광장을 찾았어요.
실은 그날 저의 목적지는 광장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먼저 고백할게요.
그맘때 저는 근 몇년동안 잘 못 지내고 있었거든요.
계엄령이 아니어도 화가 잔뜩 나있었고 또 자주 울며 지냈어요.
그러다 간신히 오랜만에 산뜻한 발걸음을 내딛었는데 내가 마주한 것이 계엄령이라니요.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마음이 들었지만서도 친구들의 발걸음이 나보다 먼저 광장에 닿는 것을 보며 나의 산뜻한 발걸음은 조금 늦게 광장을 향해도 된다고 믿고 싶었어요.
그런데 삶이란 것이 언제라고 우리가 생각한대로만 흘러가던가요.

예상보다 일찍 발걸음이 닿은 광장에서
 그날 제가 마주한 것은 말이지요, 나와 비슷한 또래 여성들의 수많은 얼굴이었어요.
그날 제가 들은 것은 말이지요, 나와 비슷한 또래 여성들의 목소리였고 십대 시절 사랑하는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열창하던 노래들이었어요.

그 순간 저는 알았어요.
내가 지난 시간동안 품어온 분노와 슬픔은 나의 개인적인 것만이 아니었구나.
나의 분노와 슬픔은 이상하거나 과민한 것이 아니었구나.
우리 모두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구나.

광장에 또 오고 싶었어요.
홀로 방안에서 악에 바쳐 있거나 울기 대신 광장에서 나와 닮은 여자들, 내 친구이자 또다른 나일지도 모르는 여자들 사이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걸 택하고 싶었어요.
저는 위안을 받았고 용기를 얻었어요.
어쩌면 나의 존재가 그날 또다른 누군가에게 위안이었고 용기었을테죠.
한동안 다산으로의 발걸음이 뜸하던 저는 광장에서의 용기 덕에 다산을 다시 찾았어요. 마침 다산인권센터에도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었더랬죠.
그렇게 허밍버드 클럽이 출발했습니다.

허밍버드클럽은 우리가 광장에서 함께 나눈 위로, 기쁨, 안도, 분노, 슬픔, 통쾌함, 안전함 그 모든 감각을 우리의 일상에서도 연속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만들어졌어요.

나는 우리를 윤석열 퇴진 광장 너머,

서울 광장 너머,
온라인 광장 너머,
나의 일상에서도 계속 보고싶어요.

그러니 우리 곧 또 만나요!

어딘가에 있을 당신을 기다리며,
또다른 허밍버드가 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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