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 의로운 당신은 외롭지 않다
출장작곡가 김동산
맹자는 예수님보다 372년 전에 태어났습니다. 그보다 대략 150년 전에 활동한 공자의 생각을 이어받아 세상의 사람들이 살아가야 하는 방법은 무얼까를 공부하고 전파했습니다. 이걸 동양에서는 “도(道)”라고 하는데요, 이 길, 방편이 사상가마다 달랐습니다. 군사를 막강하게 키워야 한다, 법을 강력하게 만들고 시행해야 한다, 외교를 잘 해야 한다, 돈 관리나 농업법의 효율혁신이 있어야 한다. 등등
요 때 중국은 (진시황이 통일하기 전까지) 천자 밑에 제, 오, 월, 진, 노 등 많은 제후국들이 있었는데 영토를 넓히고 나라를 돈많고 강한 나라로 만들어 왕위를 안전히 계승하려고 왕들이 이런 제자백가를 자기네들 나라에 모셔왔습니다. 여기까지 배경.
이렇게 각 나라에서 활동하여 벼슬도 받고 재산도 모은 다른 사상가들과는 달리 맹자는 계속해서 제자들과 고달프게 길을 떠돌아 다닙니다. 왜? 그야 왕을 만나자마자 쏟아내는 직언과 원론적인 이야기는 왕들에게 전혀 달콤하지 않았으니까요.
우리가 맹자를 읽는 내내 우리가 고등학교 때 배운 맹자의 성선설이 나옵니다. 성선설(性善說), 성性은 본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나’라는 캐릭터와 상관없이 인간으로서 타고난 이치[理], 디폴트 값을 이야기합니다. 이 성선설에 관한 논쟁과 설교들이 종종 나오는데 이 대목들이 철학적으로도 매우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인간은 이미 선善하다는 주장은 맹자가 우주의 근원을 꿰뚫어 봐서가 아닌, 어떤 의도를 가진 인간론으로 해석됩니다.
요컨대 이는, 나에게도, 너에게도, 왕에게도, 장사하고 밭가는 인민들에게도 인의예지(仁義禮智)가 기본으로 있는데 왕이된 자가 이를 노력해서 키우지 않고 발현시키지 않으면 인민들이 굶고, 서로 싸우고, 전쟁으로 죽게 되니 얄팍한 명예와 권력을 쫒지 말고 사랑[仁]으로 하는 정치를 하라고 왕에게 끊임없이 권하는 성자의 제왕론인 것입니다.
당연히 지금 사회의 개인이 세상을 살며 느끼는 양심과 윤리의 레드라인도 이 책을 보며 힘을 얻고 반성하며 지킬 수 있습니다. 필사를 조금 하다가 책을 덮고 다시금 구절을 생각하면 가슴 깊이 감동스러운 부분이 한 두 군데가 아닙니다. 돈 때문에, 또 뭐 때문에 맨날 피로하고 흐리멍덩한 나에게 갑자기 꼬장꼬장한 맹자 쌤의 위로가 찾아옵니다.
올 해 청문회를 보며 얻은 저의 화를 풀어준 책 「맹자」는 나중에 주희와 조기라는 분이 각주를 달았는데 우리나라의 석학이신 정약용 선생님이 각주 작업을 한 버전도 있습니다. 어떤 책이라도 상관없고 심지어 인터넷 블로그에서도 맹자 전 파트가 정리된 글을 볼 수 있습니다. 한자가 약하신 분들이 한자 공부를 하며 예쁜 노트에 슬슬 필사를 하는 것도 권해드립니다. 생소한 어조사들이 많이 나오고 같은 한자라도 상황에 따라 쓰임새가 다를 수 있는데 에드윈 풀리블랭크의 「고전 중국어 문법강의」를 참고하여 같이 읽으면 내가 한학자가 된 듯한 학문의 즐거움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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