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 전하는 위로
찐 (상임활동가)
자칫 손을 잡을 뻔 했습니다.
지난 12월 16일 저녁 서울역을 가기 위해 급히 이태원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던 나의 시선을 붙잡은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목에 빨간색 목도리를 두르고 손에는 둘둘 말은 종이를 꼭 쥐고 있었습니다. 플랫폼에 홀로 서 있는 그의 모습을 나도 모르게 자꾸 살폈습니다. 열차에 올라 맞은편에 앉아 있는 그에게 자꾸만 눈길이 갔습니다. 그러다 가방 안에 있던 음료를 조용히 꺼내 내릴 때 건넬까 말까 만지작거리다보니 삼각지역에 도착해 내려야 할 때가 되어 버렸습니다. 어물쩡거리다 음료수를 다시 가방 안에 넣고 일어서는데 그도 함께 내려 두 세 걸음 앞서 걸어갑니다. 공교롭게도 그도 같은 지하철로 환승하고 서울역에서 내렸습니다. 그날 끝내 나는 음료수도, 손을 잡고 건네고 싶었던 말도 건네지 못한 채 인파속으로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만 멀겋게 바라봤습니다.
12월 16일은 10.29 이태원 참사 49재가 있었던 날이었습니다. 그는 49재에 참석했던 유가족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던 건 그날 유가족들이 목에 두르고 있었던 빨간 목도리를 그도 두르고 그날의 외침이었던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가 적힌 종이를 말아 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꿈에라도... 짐작으로라도 가늠하기 어려운 고통의 시간을 가로지르고 있을 그에게 그냥 두 손 맞잡아 주고 싶었습니다. 목구멍을 빠져 나오지 않을 것 같지만 마음을 다해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었습니다.
같은 날, 위로와 책임의 자리에 있어야 할 대통령은 크리스마스 트리에 점등하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행사장에서 술잔을 구입하며 ‘술 좋아해서 술잔 샀다고 했겠네’라는 농담을 남겼다는 기사는 끝까지 읽는 것도 거북했습니다.
국무총리 역시 사전에 연락도 없이 이태원 시민분향소에 들렀다가 유가족들이 정부의 공식사과를 요구하며 항의하자,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라며 돌아섰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모욕과 혐오를 쏟아내고 있는 극우 유튜버와 악수를 나누며 ‘분향을 못하게 하네요’라는 말을 남기며 가버렸습니다.
정작 마주잡아야 할 사람들의 손대신 부여잡은 손과 추모의 촛불대신 밝힌 크리스마스 전등에 적어도 생명과 존엄한 삶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도, 마음 한 자락도 없음은 참으로 참담하기까지 합니다.
49재 자리에 참석해 유가족을 포함한 모든 이들에게 건넨 가수 하림씨의 노래 ‘위로’ 가 남겨진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길 바라봅니다.
‘지금 울고 있나요
무얼 그렇게 참고 있나요
흘려버려요
그대의 가슴가득 고인 눈물
손올려 닦지 말아요
그저 흘러갈대로
멀리 떠나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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